2008년 08월 02일
산책과 자본주의 - 김영민

세상에 많고도 많은 것이 책이지만,
세상에 읽을 것도 많고 버릴 것도 많은 것이 책이라지만...
인문학적 글쓰기의 전범? 이라고까지 하기에는 너무 수사와 비유가 난해한 면도 있지만,
세상에 어떤 글쓰기를 배우고 싶냐고 물으면,
이 김영민 선생님과 같은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고 말할 것 같다.
날카로운 시대의 성찰을
머리가 아플 정도로 아려오는 비유로 치환시키는 힘은,
웃음처럼 한숨을 나오게 한다.
베끼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았다.
허허, 참...이라면 웃음같은 한숨을 나오게 했던 문장이 많기도 많지만,
몇개만 생각나는 걸 페이지를 찾아서...
"도시는 시골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 증상을 도시 곳곳에 공원이라는 배설물의 형태로 재구성해놓음으로써..."(p.30)
"...물고기의 부유가 부레라는 빈 것에 의지하듯이 뭇 '체계'들의 생존은 우리들의 '무지'에 의지한다. 그렇다. 알면 다친다. 그러나, 모르면 썩는다..."(p.54)
"체계는 체계적으로 공갈하고 협박한다..."(p.57)
"'피와 땅'으로 표상되는 명절의 탈국가주의적 코드는 결코 교통/소통로의 국가지배에 반항하지 않는다..." (p.66)
"민족주의는 타자와 더불어 발생하고, 결국 언제가 타자와 더불어 소멸하게 되는 상상적 공동체다..." (p.75~76)
"1980년의 광주와... 당시의 대중매체가 권력에 저당잡힌 필터가 되었을 때, "오월의 진정한 혁명 매체는 담벼락과 벽보, 유인물 또는 삘..." " (p.85)
"자발적으로 모인 한국적 놀이문화의 이정표였다고?... 그 붉은 옷들은 애국심이라는 어느 마음의 중심을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텔레비전이 확보하고 구성해주는 시선과 시야를 좇아 움직인다..." (p.90)
"...갖은 혁명의 주체들은 그 혁명의 대의를 망각 속에 퇴색시킨다. 혹은 생활 속에 내려앉혀 새로운 삶의 양식을 재구성하는 데 실패한다. 혹은 혁명의 육성이 식기도 전에 대의 속에 은폐된 권력의지가 따뜻한 구더기처럼 꿈틀거린다..." (p.122)
"역사가 죽은 이 나라에 '한 줌의 도덕'이라도 남아 있다면 나는 전두환이 암살이라도 되어야 한다고...'공상'하였다...
타협과 미봉, 그리고 섣부른 화해의 제스처가 남발되었을 뿐이며, 전두환을 비롯한 주범들은 건재하고 심지어 그 건재를 흉물스레 과시한다...
광주의 5월이 번드한 이름을 얻고 망월동이 성역화된 일은 내 눈에는 한갓 우스개요 역사에 대한 조롱이다. '전두환;으로 대표되는 그 학살의 주범들이 여전한 권세를 누리는 한 5.18은 모욕받은 현실의 이름일 뿐이다..." (p.123~127)
"...우리가 목도하는 개들의 정치는 그 망각에 의해서 좀스럽게 가능해진 풍경인 것이다..." (p.129)
"...그러나 아쉽게도 민감한 정치사회적 현안일수록 기독교인들의 시각과 동선은 안으로 굽는다..." (p.134)
"...한국의 보수들이 집단적으로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살실, 워낙 정신도 이론도 없었으니 남은 것이라곤 몸 밖에 없기도 했으리라..." (p.145)
"...용서는 관계의 진실이 앓고 있는 상처에 정직해야 한다...
...타협의 그물은 억울한 상처를 건져낼 능력이 없다...
...'관용'과 '용서'와 '안정'의 이데올로기로써 마치 기름칠이라도 하듯 체계라는 기계의 이곳저곳을 닦고 조인다...
...요컨대, 용서마저 관료화되는것이다..
...용서는 그저 불가능한 것일 뿐이다..." (p.152~159)
"...원칙적으로 자신의 인신에 대한 개인의 선택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비록 그 서낵이 자기파괴일지라도 섣부른 심리학의 메스로써 헤집어 낼 일이 아니다..." (p.174)
"...강태원 할아버지의...270여억원이라는 금액 덕에, 가령 5천만원을 기부한 정신대 할머니에 비해 매스컴의 대접이 아주 달랐다...
...놀라움의 최면효과에 덩달아 편승한 채, 전혀 '놀라울 것이 없는' 우리 각자의 남루하고 이기적인 일상을 은폐하는 것이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p.179~183)
"...다양성은 외부성이 아니며, 과식으로 뱃살이 터지지 않는다. 배는 그 뱃속의 다양성을 고스란히 안은 채 쳐질 뿐이다..." (p.203)
"'사랑의 매'라는 표상은 속 보이는 거짓이며, 관료주의적 무기력과 타성이며, 삼류의 이데올로기다. '사랑'에 방점이 찍히는 한, 그 표상은 다만 기득권자들의 로고일 뿐이다..." (p.210)
"...매스컴을 타고 순식간에 퍼지는 '기도하는 선수'라는 이미지는 종교인가, 스포츠인가, 혹은 제3의 트기인가..." (p.237)
"혼인제도는 늘 기성의 도덕이나 통치 이데올로기를 공식적으로 유통, 학습시키는 기본 단말기의 하나였으므로, 체계의 차원에서 혼인을 자연화시키려는 노력은 차마 집요할 수밖에 없었고...
...현대의 혼인이 이미 고장난 상품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불길하게도 사랑과 도덕과 종교가 이 사실을 은폐하는 이데올로기로 동원되곤 한다.
...정각 걱정해야 할 대상은 혼인이 아니라 바로 자신들이다. ...미래의 세상에서는 사랑과 종교 역시 별반 자연스럽지도 성스럽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p.245~248)
몇개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몇십분에 거쳐 책을 다시 한번 리뷰하며
인상깊었던 부분을 타이핑했다.
이 타이핑은 또 무슨 의미가 있으려나.
하여간 책을 슬쩍이나마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건배.
# by | 2008/08/02 23:13 | 어느별에서의 책 | 트랙백 | 덧글(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